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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 교수 인터뷰, 서로 '죄송한 자리' 된 야구장 장애인석 환호의 순간마다 가려진다

등록일 2026-05-06 작성자 장봉준 조회수 14

[장애인 스포츠 관람 권익, 새 시대를]
대전 신구장 장애인석 절반은 '개점휴업'
앞사람 일어서면 장애인 관중은 시야 방해
비시즌 기간 보완에도 근본적 해결 미지수
전문가 "설계 아쉬움… 청라·잠실 타산지석을"

12일, 프로야구 한화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관중들이 끊임없이 들어서며 전석 매진됐지만, 경기가 시작 돼도 80여석 규모의 2층 내야 장애인석은 텅 비어 있었다. 장애인 조력자를 위한 회전형 의자와 테이블이 새로 설치돼 있었지만, 이 자리는 예매 창구조차 열리지 않은 것. 외야 장애인석도 적막한 가운데 4인 가족이 전용 테이블석처럼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인 테이블석' 사라지자 드러난 구조적 한계

 

텅 빈 2층 내야 장애인석은 휠체어를 탄 야구팬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관람 권익 사각지대로 꼽힌다. 현장에서 만난 한화 팬 김선경(42)씨와 그의 남편(지체 장애)이 ‘비어 있는 자리’의 사연을 전해줬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7년 만의 가을 야구를 즐기기 위해 어렵게 2층 1루측(홈 팀 응원구역) 장애인석을 예매했다. 하지만 응원 열기가 달아오를수록 그 자리는 경기를 볼 수 없는 자리로 변했다.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일어서는 순간,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기 때문이다.

부부는 주변 관중에게 “죄송하지만, 앉아 달라”고 거듭 호소했고, 관중들 역시 “죄송하다”며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 도로 앉았다. 장애인은 경기를 볼 수 없고, 비장애인은 마음껏 응원할 수 없는 어색한 상황. 2층 장애인석은 그렇게 ‘서로가 죄송한 자리’가 됐다. 김씨는 “우리도 둘이 합해 6만 원 넘는 입장료를 내고 입장했지만, 다른 관중들은 더 힘들고 비싸게 표를 구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앉아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부부는 경기 도중 아예 3루 측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문제는 구조에 있다. 2층 장애인석은 일반석과의 단차(높이차)가 크지 않아, 관중이 일어서면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다. 그렇다고 단차를 더 높이기도 어렵다.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천장이 낮아 또 다른 시야 방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구단은 수요가 적을 땐 해당 좌석을 아예 닫는 방식으로 문제를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존재하지만 사용하기 어려운 좌석이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좌석 선택권 문제도 불거졌다. 40대 장애인 관중 양모씨는 “1층 장애인석은 시야와 이동 편의가 상대적으로 좋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양한 가격의 좌석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오히려 선택지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2층 장애인석은 개장 직후였던 지난해 초 이미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구단은 한때 이 구역을 카펫으로 덮고 ‘연인석(테이블석)’을 설치했다가 비판받았다. 이후 위치를 옮겼다가 다시 철거하는 등 땜질식 대응을 반복했다. 하지만 핵심 문제인 시야 확보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밖에 다른 불편도 여전하다. △비좁은 이동 통로 △개방이 제한된 경사로 △한 개 뿐인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활용이 쉽지 않은 식음료 매장의 ‘장애인 주문 벨’ 등 현장 곳곳에서 아쉬움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전의 사후약방문 사례를 계기로 새로운 구장을 짓고 있거나 건립을 추진 중인 야구장의 장애인 관람 권익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스포츠 경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상시 문화 콘텐츠”라며 “두 집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함께 응원하고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기사 링크 :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41500540000803?di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