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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난주 교수 인터뷰, 1천만원 빚내 왔는데 “간호학과가 아니라고요?”

등록일 2026-06-22 작성자 장봉준 조회수 15

베트남 남서부 지역 출신인 응우옌티린(27·가명)은 간호사다. 2020년 베트남에서 3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심혈관내과 간호사로 일했다. 린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할 수 있길 꿈꿨다. 베트남에서 간호사 일은 업무 강도에 견줘 급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보통 첫날은 8시간, 둘째날은 24시간을 일하고 셋째날 하루 쉬는 ‘주야휴’ 일정을 일주일에 두 번 치러야 했다. 주간 노동 시간이 무려 64시간이나 된다. 일이 많을 때는 이틀은 8시간씩 일하고 이틀은 연속으로 48시간 일한 뒤 이틀 쉬는, ‘주주야야휴휴’ 일정으로 일하기도 했다. 월급은 600만동(약 34만원)에 불과했다. 베트남 노동자 월평균 임금 750만동(약 41만원·한국무역협회 2024년 자료)보다 적다. “이 돈을 받으며 일할 바엔 한국에서 간호사로 역량을 키워 더 훌륭한 간호사가 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린은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의 한 대학을 알게 됐다. 넓은 캠퍼스와 기숙사 사진이 맘에 들었다. 오랜 한국행 꿈을 실현할 기회처럼 보였다. 유학원을 찾아갔는데, 토픽(TOPIK·한국어능력시험) 점수가 없는 린에게 유학(D-2) 비자가 나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토픽 점수가 없어도 되는 어학연수(D-4) 비자도 있는데, 어학연수 비자 발급에는 3억~4억동(약 1800만~2400만원)이나 든다고 했다. 돈이 부족하다고 했더니, 유학원에서 일하는 지인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1억동(약 600만원)을 내면 한국에 있는 대학의 간호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데, 그러면 유학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대학을 떠올린 린은 유학원에서 제안한 한국 대학 중에서 그나마 학비가 저렴한 지역 대학을 골랐다. 간호사로 일하며 모은 돈에 엄마, 삼촌, 고모까지 십시일반으로 보태 입학금과 기숙사비를 내고 나니, 1억7500만동(약 1천만원) 정도의 빚이 생겼다. 충북의 한 4년제 대학에 입학한 건 2026년 3월23일이었다.

린의 꿈은 첫 수업 시간에 무너졌다. 수업 교재 표지 학과명에 ‘간호’(Nurse)가 아니라 ‘시니어’(Senior)라고 적혀 있었다. “왜 노인이 쓰여 있지? 이상하다” 생각하며 물어봤더니, 린이 입학한 대학은 간호사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대학이라고 했다. 린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전 간호사가 되려고 한국에 왔는데, 요양보호사더라고요. 베트남에선 보통 부모나 조부모를 가족이 돌보기 때문에 요양원이 거의 없어요. 돌봄과 간호 업무를 함께 하는 간호사를 ‘디에우즈엉’(điều dưỡng)이라고 통칭합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고향으로 가면 환영받으면서 간호사 일을 이어갈 수 있는데, 베트남엔 요양원도 없고 요양보호사 경력을 인정해주지도 않아서 재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는 받는 임금 격차도 엄청나다. 한국 간호사의 연평균 임금은 4744만8594원(2020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인 데 견줘, 요양보호사의 연평균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인 2539만2천원(2020년 건강보험연구원 조사)으로 간호사의 53.5%에 불과하다. 결국 린은 1천만원이나 빚지고 4년 동안 수백만원대 등록금을 내며 대학 교육을 받아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한국인들이 꺼리는 ‘고강도·고위험’ 돌봄 노동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중략)

전문가들은 돌봄 노동의 환경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이주민에게 돌봄 노동을 떠넘기려 하면 지금의 돌봄 위기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일할 능력이 있는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많은데다 여성 고용률이 낮고, 청년 실업 문제도 계속 이야기되는 나라에서 왜 이 잠재 인력이 돌봄 현장으로 들어오지 않는지부터 먼저 성찰해야 한다”며 “저임금·고강도의 요양보호사 노동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또 다른 취약한 집단, 외국인 노동자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외국인 돌봄 인력을 쓰는 나라의 특징을 보면 싱가포르처럼 제도가 미발달된 나라이거나 동유럽에서 버스 타고 쉽게 이동이 가능한 독일 같은 유럽 나라인데, 우리나라는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역 사립대들은 학생 충원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외국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고, 정부는 이런 대학들의 자구책 위에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이라는 제도를 얹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기사원문 :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5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