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석 교수 인터뷰, 외국어 자막은 큼지막한데 장애인 위한 '배리어프리'는 잊은 딤프'
20주년을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작품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하지만 축제의 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았다. 올해 딤프에서 청각장애인 등 시청각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은 단 한 편도 마련되지 않았다.
대구에 사는 청각장애인 구가영(35) 씨는 평소 뮤지컬 관람을 좋아하지만, 이번 딤프엔 예매를 포기했다.
구 씨는 “다른 관객들은 노래와 대사를 들으며 공연을 온전히 즐기지만 우리는 시각적인 요소만으로 상황을 짐작해야 한다”며 “수어 통역이나 한글 자막이 없다 보니 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만족도가 크게 떨어져 결국 예매를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딤프 개막작인 ‘투란도트’에는 외국인 관객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 자막이 제공됐다. 해외 초청작 역시 외국어 대사를 우리말로 번역한 일반 한글 자막은 지원된다.
반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무장애)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청각장애인이 공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화자의 이름과 대사뿐 아니라 음악의 분위기와 효과음 등 무대 위의 소리 정보를 함께 전달하는 ‘폐쇄형 자막’이나 수어 통역이 필요하지만, 올해 딤프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공연이 전무하다.
구 씨는 “외국인 관객을 위해서는 언어를 지원하면서 농인들은 처음부터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라며 “가사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자막만 제공돼도 공연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 수요가 없어서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관람 기회가 주어져야 관심도 생기고 참여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제도적 기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구시에는 이미 ‘청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및 지원 조례’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 현장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영미 한국농아인협회 대구시협회 사무처장은 “조례가 있어도 딤프 같은 문화예술 행사에서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수어나 문자 통역을 요청하면 대부분 예산 문제를 이유로 어렵다는 답을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농인들은 통역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공연 관람 자체를 포기하거나, 꼭 보고 싶은 공연은 개인적으로 수어 통역을 요청해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동안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협회의 요구가 다소 부족했던 점도 있는 만큼 앞으로는 배리어프리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딤프가 배리어프리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제16회 축제에서는 지체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이 함께한 뮤지컬 ‘코스모플로라’를, 제18회에는 발달장애인 공연팀이 제작한 배리어프리 특별공연 ‘드리머스’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축제 전반의 시스템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특별공연에 머물렀다. 2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관련 공연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공연예술계와 복지 전문가들은 접근성 역시 작품성과 함께 평가받는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김건표 대경대 연기예술과 교수는 “최근 국공립 극장을 중심으로 공연예술계는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관객 접근성까지 함께 평가받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배리어프리는 선택이 아니라 앞으로 반드시 정착해야 할 과제이자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음성을 자막으로 변환하거나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산을 조금만 더 투입하면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만큼 결국 필요한 것은 기획 단계에서의 감수성”이라고 말했다.
딤프 사무국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딤프 관계자는 “시청각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는 깊이 공감한다”며 “다만 뮤지컬은 대사와 음악, 무대 전환이 동시에 이뤄지는 장르인 만큼 예산과 기술 장비, 해외 제작사와의 저작권 협의 등 여러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리어프리 도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사원문 : https://www.idaegu.com/news/articleView.html?idxno=663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