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진 교수 인터뷰, '수어 해설' 국중박 유물 5%뿐…'AI 아바타'마저 어색
"표정·몸짓 문법 무시한 AI 아바타, 놀리는 것처럼 느껴져"
청각장애 편의 지원 7% 그쳐…국중박 "안내 멘트 정비 후 단계적 확대"
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스마트 키오스크 화면을 터치하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음성 안내를 제공한다'는 문구가 떴다.
그러나 수어 해설이 지원된다는 유물 사진을 누르자, 화면 속 AI 아바타는 "수어가 없습니다"라는 손동작을 취할 뿐이었다. 스마트폰 QR코드로 접속하는 모바일 서비스 '스마트 전시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배리어프리'(무장애)를 내세운 국중박의 디지털 전시 안내가 정작 농인 관람객에게는 무용지물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전문 통역사 영상 도입해야"…국중박 "단계적 확충"
국중박 내 청각장애인의 문화 접근권 소외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손솔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국립중앙박물관의 장애인 관람객 비율은 0.08%에 불과했다. 박물관이 촉각 전시물·음성 해설·점자 안내·수어 영상 등 다양한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운영 중이지만, 편의 지원의 92.6%가 시각장애인에 집중된 반면 청각장애 지원은 7.2%, 발달장애 지원은 0.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는 기기 개선과 함께 실제 수어통역사가 참여하는 영상 해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에 따라 공공기관은 시각·촉각 대체 수단 등 장애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보완적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용조차 어려운 기기를 들여놓은 것은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소규모 박물관도 아닌 국중박의 수어 해설 누락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몇 개 유물에 그칠 게 아니라 모든 전시품에 농인·수어통역사가 직접 참여하는 해설 영상을 도입하는 등 농인 관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국중박 측은 예산 한계로 모든 유물에 해설을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년간 스마트 전시관 사업에 약 49억 원이 투입됐으나 수어 콘텐츠 제작을 위한 별도 예산은 배정되지 않아, 기존 사업비 안에서 모든 전시품의 수어 영상을 한 번에 제작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국중박 관계자는 "2022년부터 연차별로 수어 해설을 확충해 오고 있다"면서도 "관내 전시품 수가 방대하고 교체 주기도 짧아 모든 유물에 일괄적으로 수어 해설을 구비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선 해설이 누락된 유물의 안내 멘트를 '수어 영상을 준비 중입니다'로 교체하고, 앞으로 수어 해설 대상을 단계적으로 늘려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