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현진희 교수, 코로나 1년 ‘우울 지수‘ 20대 여성이 가장 높다

등록일 2021-05-07 작성자 박진현 조회수 3790

 

 

복지부, 성인 정신건강 조사
미래 불안·사회활동 감소
우울 위험군에 20·30대 급증
60대보다 2배 이상 높아
가장 낮던 20대, 1년 새 폭증

A씨(26)는 지난해 초 해외 인턴십에 합격했지만 코로나19 탓에 없던 일이 됐다. 국내 민간기업 채용 공고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그나마 공고가 뜨는 공기업 입사 준비를 시작했다. 선발인원은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지원자는 크게 몰려 바늘구멍에 가깝다. 3년을 함께한 여자친구는 이별을 고했다. ‘불안한 미래’가 그 이유였다. A씨는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며 “자존감은 이미 바닥”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우울감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20·30대 비율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성인 2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의 ‘우울’ 평균점수는 27점 총점에 5.7점이었다고 6일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당시(2.3점)보다 2배 넘게 뛴 수치다. 우울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 비율은 22.8%로, 2018년(3.8%)의 6배 수준이다. 두 지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3월 이후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와 30대의 우울 평균점수가 각 6.7점으로 특히 높았다. 지난해 3월 4.6점으로 우울감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던 20대는 1년 만에 점수가 크게 높아졌다. 20·30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30.0%, 30.5%였다. 60대(14.4%)의 2배 수준이다. 성별로는 여성의 우울 점수가 6.2점으로 남성(5.2점)보다 높았다. 특히 20대 여성이 7.1점으로 가장 높았다. 우울 위험군 비율은 30대 여성이 31.6%로 가장 높았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16.3%나 됐다. 지난해 3월(9.7%)의 1.7배, 2018년(4.7%)의 3.5배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가 20%대로 높았다. 남성(17.4%)이 여성(15.1%)보다 많았다. 20·30대 남성은 각각 25.0%나 됐다.

조사를 진행한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20·30대는 코로나19로 취업 기회가 줄어들고 경제적 활동에 타격을 많이 받아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 어려움, 고용 불안정, 사회활동 감소, 지원체계 부족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이 세대에 집중돼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교수는 여성의 우울 수준이 더 높은 것을 두고 “여성들의 정신건강 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남성보다 취약했다”며 “여성의 비정규직 일자리 비율이 높아 취업이나 고용 유지에 박탈감이 클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남성의 자살생각률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남성은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고 자살생각률은 여성보다 낮다. 남성의 자살생각률까지 높아진 건 그만큼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위험한 신호”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평균 1.7점(총점 3점)으로 지난해 3월 조사 결과와 같았고, 코로나19 감염 불안은 지난해 3월 5.5점(총점 21점)에서 4.6점으로 다소 줄었다. 코로나19의 일상생활 방해 정도는 총 10점 중 4.4점으로, 지난해 3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심리 지원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로는 감염병 관련 정보 제공, 개인 위생물품과 경제적 지원을 주로 꼽았다. 정신과 치료 등 정신건강 서비스 욕구도 증가세를 보였다. 현 교수는 “이제는 단순히 정신건강 서비스를 넘어 소득, 고용, 사회적 고립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지점과 연계한 복합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경향신문, 노도현·이창준 기자 (https://news.v.daum.net/v/2021050621022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