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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희 교수, 코로나19 대응유공 근정포장을 수상한 협회 윤리위원 현진희 교수를 만나다

등록일 2021-08-05 작성자 박진현 조회수 3330

코로나19 대응유공 근정포장을 수상한 협회 윤리위원 현진희 교수를 만나다

사회복지사, 재난 시 국민 심리·사회지원에 역량 발휘해야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적 행동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전문가의 책무라 밝혀

 

 지난 4월, 대한민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유공 정부포상을 실시했다. 포상 수여자 중 사회복지사가 있다. 주인공은 협회 윤리 위원이자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현진희 사회복지사이다. 정부는 현진희 교수에 심리지원 정부포상 부분에 근정포장을 수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은 신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코로나 블루를 넘어 레드, 블랙까지 정신적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에 감영병 스트레스 대처를 위한 심리지원,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 발행,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실시 등을 통해 정신건강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큰 역할을 한 현진희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기자말)

 

근정포장 수상을 축하드린다.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정신건강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한 활동은?

 첫 활동은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한 27, 국내 생활치료센터에 거주하게 된 우한교민들이 감염병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안을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음성파일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심리지원전문가들이 비대면 심리지원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었다.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시작되었을 때는 방역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기였고, 가짜뉴스와 부정확한 정보들이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었다. 이는 가뜩이나 불안감을 느끼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국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에 국민의 불안한 마음과 부정확한 정보에 대한 구체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 202032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코로나19 대구경북 특별지원단이 발족했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328일부터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코로나19 특별지원단으로 변경하여 전국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하였고 단장을 맡게 되었다. 내가 학회장으로도 있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트라우마 및 재난 정신건강 영역의 다학제 전문가들이 모인 학회로 주로 간호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정신의학 전공 전문가들로 구성돼있다.

 특별지원단은 콘텐츠 개발팀’, ‘실태조사팀으로 나누어 가동했다. 콘텐츠팀은 2020319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을 발행하고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웹툰과 카드뉴스를 개발·배포하였다. 심리방역과 관련된 자료가 거의 없던 코로나19 확산 초기, 전국 지역사회 및 정신건강 기관·단체에서는 본 학회가 개발한 카드 뉴스와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을 활용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정보제공과 심리사회적 개입을 할 수 있었다.

 WHO가 팬데믹을 선포하고, 전 세계 이슈가 되던 202056, ‘Guidelines on Psychosocial Care for Infectious Disease Management’ 영문판을 발행했다.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92개국의 지역사회 전문가, 정부 관계자, 정신건강전문가, 학자들에게 영문 심리사회방역지침을 보급했다. 학회에서 개발하고 보급하는 정보들을 게시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홈페이지(http://kstss.kr) 조회 수는 202012월 기준, 1년 만에 1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해외 및 한국 전역에서 본 학회의 자료를 검색하였다.

 

코로나19 초기대응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실태조사팀은 어떤 활약을 했는가.

 특별지원단 실태조사팀은 32일 밤 10시 첫 온라인 회의를 시작으로, 매일 자료검색과 연구회의를 거쳐 2020317일 첫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 표준화된 척도를 사용한 조사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최초의 전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였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있던 20203월과 생활 방역을 실시한 5, 전국민 정신건강 수준의 근거를 확보한 실태조사는 현재까지도 국민 정신건강 수준의 추이를 관찰하는 베이스라인이며, 심리방역 정책 수립과 방향 설정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20209월과 12, 20213, 6월에 이루어진 3~6차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실의 지원으로 실시했으며, 책임연구원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학회의 자체적인 조사와 분석으로 이루어진 1, 2차 조사결과와 3~6차 조사결과를 함께 비교함으로써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국민 정신건강 추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정신건강 관련 기관, 중앙 및 지자체, 학계,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심리방역의 근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20205월 중앙사고수습본부 심리지원반 주최의 관계부처 합동회의와 7월 코로나19 대응 중간평가, 10월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문가들이 함께한 코로나 우울 해소를 위한 간담회, 20211, 4월 보건복지부 제2차관 주최의 코로나 우울 극복 관계부처 및 시도 협의체에서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여 향후 심리방역의 방향을 제언하였다. 이외에도 각종 학회, 유관기관 전문가, 공공기관, 각 지자체를 통해 코로나19가 국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심리방역에 관한 수많은 교육, 훈련, 자문을 제공하였다. 또한 각종 신문 및 뉴스 등 언론보도를 통하여 시기별로 국민에게 필요한 심리방역과 중요한 메시지 등을 전달하여 국민이 올바른 정보로 자신의 스트레스반응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다.

 

특별지원단 단장으로 많은 일을 하신 것 같다. 그외 정신건강 전문가로 한 활동은?

 정신건강 전문가로서의 임상경험과 자격을 바탕으로 작년 9월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정신건강 고위험군 전화 심층 상담을 하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이 트라우마와 트라우마의 영향에 대해 이해할수록 현 코로나19 상황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20209월부터 월 1회 웨비나를 하고 있으며, 매월 약 150~200명의 참가자가 평일 저녁 시간에 트라우마 영향과 회복에 관한 여러 주제를 학습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 이사, 트라우마 글로벌 협의체(Global Collaboration for Traumatic Stress) 운영이사로 활동하면서 한국 코로나19 심리방역활동을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공유하고, 해외의 긍정적인 사례나 근거기반 실천방법들을 국내에 보급·적용하는데도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문가로서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그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아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바탕은 사회복지사로서 지난 수십 년간 익힌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해 전문가로서 해야 할 역할을 찾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사회복지 전문가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항상 믿고있다.

 202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 전국민 대상의 정신건강증진이 주요 추진 전략으로 포함된 것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국민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우리와 같은 민간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자발적인노력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전문가로서 책무를 다한 것이었는데 그 결과 국가 정신건강 정책에 반영되고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예방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가슴 벅찬 활동이다.

 또한 작년 초기 코로나19로 거의 락다운(Lockdown, 제재)을 경험하던 시기에 매일 밤 다학제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토론 및 자료수집과 정리, 결과물들을 만들어 나갔던 시간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강인해지는 우리 안의 회복탄력성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함께 헌신했던 시간 동안 서로 지지하고 힘을 합하고 가끔 웃기도 하며,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는 시기에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중요성을 많이 제안하는데, 작년 코로나 19 시기를 다학제 전문가들 간의 상호지지와 연대, 협력적인 활동으로 잘 극복한 것은 그동안 학문적으로 제시한 수많은 근거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많은 활약을 하고계신데, 정신건강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신건강분야는 대학교 3학년 정신과 병동과 대학원 시절 미8121병원에서 사회복지현장실습을 하고, 1995년 학생의 신분으로 지역사회 정신건강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 자신을 매료해온 분야이다. 그 이후 현재까지 정신건강 분야를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사회복지사가 심리·사회적 전문가라는 정체성 안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인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만난 임상사회복지 전공 교수님들로부터 받은 자극과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미육군병원(미군과 가족들을 대상)에서 임상사회복지사로서 10여년 동안 일했던 경험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함께 일하던 미국의 임상사회복지사(LCSW)의 전문성과 전문적 지위에 대한 동경, 매년 미국에서 받았던 최신 근거기반실천에 대한 훈련과 교육의 기회 등을 통해 장차 우리나라도 정신건강전문가가 미국의 임상사회복지사 자격제도와 같은 면허제도로 시행될 날을 꿈꾸었다. 사실, 지금이 그 기회라고 생각한다. 국가적으로 전국민에 대한 정신건강 증진을 국가전략으로 표방하면서 향후 정신건강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복지계가 정말 준비하고 행동해야 하는 때이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자격제도를 면허제도로 발전시켜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코로나19로 사회복지사들의 실천 방법도 다변하고 있다. 팬데믹 발생 시 사회복지사의 실천 중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나.

 첫째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국민이 정신건강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그동안 정신건강의 이슈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나 정신질환이 발병한 이후에 주로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 왔다. 지역사회 사회복지현장에서도 평상시 지역주민들의 정신건강 위기를 많이 관찰하셨을 줄 안다. 지역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예방하고, 조기 개입하려는 노력은 정신건강기관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복지기관에서 더욱 필요하며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또한 높다. 사회복지사들이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잊지 말자. 나는 학생들에게 항상 사회복지사는 심리·사회적 전문가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교육한다. 여기서 심리적이라는 것은 곧 정신건강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국민 대부분은 시기적절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사회적 지지만으로 각자가 가진 회복탄력성을 잘 발휘한다. 사회복지사들이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클라이언트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공하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초기엔 아마 너무 놀라서, 또한 지자체의 권고로 사회복지 기관의 문을 닫았다. 사회복지사라면 지자체의 권고에 순응하기보다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안을 고안해낼 수 있었으면 한다. 기관의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공고문보다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공지되었으면 한다.

 ‘사회복지는 예술이며 과학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참 좋아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과 위기 상황에서는 예술적인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겠다. IT 최강국인 대한민국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IT기술과 다양한 창의력에 근거한 비대면 심리사회서비스를 개발하고, 발전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욱 준비되어야겠다.

 

정신건강 사회복지 현장과 사회복지사들에게 많은 슈퍼비전을 주고 계실 것 같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슈퍼비전을 주는가.

 사회복지사들에게 슈퍼비전을 제공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일단 많은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의심리·사회적 문제에 대한 사정부터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사들이 정신건강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나 상담에 대한 전문성이 사회복지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참 가슴 아프다.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의 심리·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변화를 촉진하는 전문가라는 것은 다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정확하게 사정하는 능력과 그 변화를 위한 심리·사회적 개입에 상담은 필수적이다. 특히 사례관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많은 사회복지사가 자원연결과 연계에 몰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에 앞서 정확한 심리·사회적 문제에 대한 사정과 전문적 상담이 되어야 한다. 사례관리자는 임상가와 자원연결자 두 가지 역할에 모두 능통한 전문가이다. 자원연결과 연계는 AI 등이 발달하는 미래의 사회에서는 곧 인간이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업무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사회복지학과 대학교육은 이미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 교과목을 개설하느라 바빠 generalist1) 양산에 중점을 두는 교육일지라도 졸업하여 현장에 배출된 사회복지전문가들에 대한 보수교육과 훈련과정에서만큼은 심리·사회적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임상가로서의 훈련과정을 지속적으로 깊이 있게 제공해야한다. 이에 나는 슈퍼비전에서 항상 사정에 대한 전문성과 상담가로서의 임상 역량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정확한 심리·사회적 문제에 대한 사정과 전문적 상담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겠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사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 시민의 한 명으로서, 전문직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전문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위기는 또한 기회임을 다들 알 것이다. 위기 상황에 사회복지전문가가 기여하는 활동은 곧 국민에게 사회복지전문가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임을 잊지 말자.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하여, 아직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낮은 한국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사실상 전문가로서의 저력과 전문성을 보여줄 기회라는 것 또한 잊지 말았으면 한다.

 미국과 같이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임상가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면허제도를 갖추기까지는 전미사회복지사협회(NASW)의 로비와 활동, 대학의 사회복지교육 인증제 실시, 사회복지사들이 각 분야별 현장에서 임상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여 인정받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있었다. 국민의 심리·사회적 욕구가 중대해진 현시대에서 사회문제에 관한 관심,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전문가로서 사회복지사의 역량을 발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재난이 국민에게 미치는 심리·사회적 영향을 인식하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회복을 촉진하는 역할에 사회복지사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를 비롯한 지방협회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사회복지재난 심리지원단과 같은 기구를 발족하여 평상시에는 사회복지사들이 재난 심리지원에 대한 역량을 쌓고, 지역의 재난 발생 시에는 주민들의 심리·사회적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심리·사회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조직화와 지원을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그동안 국가의 재난 발생 시 우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무엇을 해왔는지 돌아보고, 전문가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조직화와 지원하기를 기대한다.